Something Never Changes

Something Never Changes
Something Never Changes

something never changes

More Posts from Overthefence and Others

8 months ago
Beloved One
Beloved One

beloved one


Tags
7 years ago

초여름, 아이린

‘아이린’이라고 불린다. ‘레드벨벳의 아이린’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주현아”하고 부르는 사람도 물론 있다. 봄에 태어난 1991년생. 초여름 같은 날 그녀를 만났다. 

자기가 마음에 들어요? 저는 제 자신에 대해서, 느낀 것에 대해서 항상 적어두는 편이에요. 예전에는 항상 일기를 썼어요. 요즘은 짧게 짧게 메모를 해요.

아까 수첩에 메모하는 설정을 줬을 때, 그 모습이 착 붙는 이유가 있었군요. 패드에서 키보드를 두드리는 것과 펜을 눌러 쓰는 차이를 알죠? 정말 그래요. 집에서 잘 안 나가는데, 유일하게 가는 곳이 집 앞 카페예요. 거길 갈 때면 필통이랑 노트를 가지고 가요. 한적한 곳이라서 몇 시간씩 뭘 끄적이다 와요.

좋아하는 펜이나 종이가 있어요? 제가 생각을 해봤어요. 왜 나는 딱 이 펜이 좋아, 저 펜이 좋아, 이런 게 없을까. 왜 나는 딱 이게 좋고, 저게 좋고, 이런 게 없을까, 왜 나만의 것이 없을까.

(중략)

아이린은 무엇이 되고 싶어요? 저는, 항상 생각해요. 단단한 사람이 됐으면, 제가, 단단했으면….

아이린은 말을 자주 멈췄다. 눈물이 나서도 그랬고, 골똘히 생각하느라 그러기도 했다. 그 시간이 참 예뻤다. “저는 항상 생각을 했어요.” 다시 말을 시작할 때면 그렇게 말했다.

image
2 years ago
Liam Gallagher By Peter Macdiarmid, 1994

liam gallagher by peter macdiarmid, 1994


Tags
5 years ago
‎Scene by Rad Museum
Apple Music
‎Album · 2017 · 7 Songs

인간은 즐거움을 먼저 발견했을까, 아니면 괴로움을 먼저 발견했을까?

때때로 불안이 나의 목을 조른다. 그럴 때면 벽에 붙은 마야콥스키의 사진이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죽는 수도 있어, 죽는 방법도 있어”라고 말한다. 나는 로르카를 힐끗 바라본다. “죽임을 당하는 방법도 있긴 있지”라고 그는 말하지만 목소리는 들리지 않고 그의 입술도 움직이지 않는다. 이윽고 나는 파베세를 생각한다. 산다는 이 일, 산다는 이 수수께끼로 물불 안 가리고 괴로워했던 그를. 그러면 불안이 한번 더 거세게 나의 목을 조른다. 이러고 누워만 있으면 안 될 것 같은 느낌, 당장 바람 부는 거리로 나가 정처 없이 쏘다녀야만 할 것 같은 느낌. 그러나 나는 내 목을 조르는 불안의 모가지를 한 손으로 비틀어 쥔 채 여전히 누워 있기만 한다.

그리고 물론, 아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다만 기억이 있을 뿐이다. 머릿속에서 살아 있는 세포처럼 움직이면서 사고와 행동을 통제하는 미세한 병균들, 기억의 병균들이 썩어가는 시간의 분해물질과 뒤엉켜 악취를 뿜고 있을 뿐이다. 나는 진흙탕에 빠진 사람처럼 시간의 밑바닥에 한 마리 벌레로 누워 수없이 많은 밤을 꼼지락거린다. 때로 진흙탕 물이 위험수위에 육박하여 내 목구멍 근처까지 올라오면 내 정신은 자구책을 강구한다.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없는 방법적 비몽사몽의 지역, 깊고 그윽한 시간의 궁창(다른 사람들 눈엔 시궁창으로 보이겠지만)으로 빠져든다. 그것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시간 위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에 아름답다. 방법적 꿈은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갖고 있지 않고, 따라서 기억도 상처도 못 이룰 희망도 갖고 있지 않다. 나는 그 존재하지 않는 시간의 향기로운 사탕발림 속에서 내가 공상으로 절여두었던 맛있는 것들을 한 입씩 꺼내 먹는다. 그렇게, 과거를 가진 기억과 시간 밖에 존재하는 방법적 비몽사몽 사이에서 나의 정신은 진자운동을 거듭한다.

그리고 물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만년필은 서랍 안에 녹슨 채 그대로 들어 있고, 새 울음소리는 책갈피 속에 더러더러 끼어 있고, 닫힌 책과 열린 책 사이로, 말하는 입과 듣고 있는 귀 사이로 시간은 허망하게 빠져나가고, 담배와 커피와 외로움과 가난과 그리고 목숨을 하루종일 죽이면서 나는 그대로 살아 있기로 한다. 빙글빙글 넉살 좋게 웃으며 이대로, 자꾸만 틀린 스텝을 밟으며 이대로.

말하자면 나는 애초에 내 인생을 눈치챘다. 그래서 사람들이 희망을 떠들어댈 때에도 나는 믿지 않았다. 불확실한 희망보다는 언제나 확실한 절망을 택했다. 그러나 애초에 나는 내가 백조라고 믿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미운 오리 새끼라고 손가락질할 때에도 나는 속으로 코웃음만 친다. 그리고 잡균 섞인 절망보다는 언제나 순도 높은 희망을 산다. 생각해보면, 우우, 지겹고 지겹다. 눈 가리고 절망하기, 눈 가리고 희망하기, 아옹! 아옹!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신은 괴로운 기억들과 즐거운 방법적 꿈 사이를, 눈 가린 절망과 눈 가린 희망 사이를 시계추처럼 왔다갔다하는 습성을 버리지 못하고. 그럼 어떠냐, 뻗을 대로 뻗어라, 네 팔자로 뻗어라. 어차피 한판 놀러 나왔으니까, 신명 풀리는 대로 놀 수밖에, 신명 안 풀리면 안 놀 수밖에. (1981)

Loading...
End of content
No more pages to load
overthefence - baby you're not
baby you're not

find me on instagram letterboxd spotify ☆彡

240 posts

Explore Tumblr Blog
Search Through Tumblr Tags